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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폴리모프한 드래곤이였다면.후편

M
관리자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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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원이 손을 높이 들고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하! 당연한 거 아닌가!"


 


꿀꺽.


 


"그냥 이대로 기다리는 걸세."


 


"예에?"


 


"하하하! 애당초 이 배가 먹는 것인가? 이 배는 케이크나 푸딩 같은 게 아니야. 당연히 먹을 수 없고 소화시킬 수도 없지. 그렇다고 얼마 되지 않는 작디 작은 인간 따위가 크라켄에게 기별이나 가겠는가?"


 


하긴, 아무리 크라켄 입이 크고 포악하다고 해서 나무도 만든 배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을 아무리 먹어봐야 고래 한마리 잡아먹는 것만 할까.


 


"그러니 기다리면 된다네. 원래 짐승들은 소화하지 못하는 걸 먹으면 토해내기 마련이거든!"


 


방금 전까지 1인당 2명을 외치던 선원들도 이 어두운 크라켄 뱃속에서도 목소리를 높힐 순 없는 모양이다. 사랑의 추적자들은 어느새 평범한 선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깊고 어두운 동공 속에서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침몰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꾸르르릉..


 


"이제 정말 어떻게 할 겁니까? 크라켄이 내뱉으면 그냥 물속 아닙니까?"


 


"그렇지."


 


"아니, 정말.. 아니. 무슨 수가 있는 거겠지요?"


 


그는 미묘한 표정으로 웃음기를 띈 입가를 가리며 답했다.


 


"그럴지도."


 


"끄응.."


 


드래곤이니 무슨 수가 있겠지. 설마 아무 생각 없이 그랬겠어? 근데 저번에 크라켄 입속으로 갔다는 사람들 살아는 있나?


 


그때 다시금 배가 출렁였다. 크라켄 뱃속에서 해일이나 지진이 발생할리가 없으니 이건 분명히..


 


"모두 아무거나 꽉 잡아라!! 잡을 게 없으면 옆사람 몸뚱이라도 잡고 그것마저 없다면 아랫도리라도 꽈악 잡아라 이놈들아!! 하하하하!!"


 


"으아아아!!"


 


"1인당 2명!! 1인당 2명!!"


 


꿀렁. 하면서 파도가 뱃전을 때렸고, 한 차례 배가 기울고는.


 


꿀렁. 하면서 또 한번 파도가 일렁였다. 파도는 우리가 왔던 곳으로 배를 밀어냈고 우리 머리 위로 크라켄의 촉수와 날카로운 이빨들이 지나가고 도달한 곳은..


 


"으아아아!! 나 죽는다아!!!"


 


"선장 □□아!! 1인당 두명이라면서!!!!"


 


쿠웅...!!


 


....


 


 


...


 


..


 


"땅?"


 


땅이었다.


 


"땅..?"


 


"땅?"


 


"그래 요놈들아, 땅이다."


 


훽 하고 던진 횃불은 어째서인지 주변을 더욱 환하게 비추었다.


 


"여긴.."


 


"드래곤은 레어에 수호자들을 두기 마련이지. 당연히 해룡도 수호자 하나쯤은 두어야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 깊은 심해에 누가 찾아온다고. 그러니 강한 놈 하나 데려다가 애완용으로 쓰는 거지. 그마저도 야생동물마냥 풀어놓고 말일세."


 


"아.."


 


"여긴 자네가 찾는 해룡의 레어일세. 저기 동굴 보이나? 저 깊은 곳에 아마 자네가 말한 그 드래곤이 있겠지."


 


그래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은..


 


"어째서 크라켄이 이곳에 우릴 토해낸 겁니까?"


 


"하하, 이 친구가.."


 


그는 소란스런 선원들을 슬쩍 흘겨보곤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가 드래곤이니까 그렇지. 크라켄 따위가 드래곤을 뱃속에 두면 어떻게 되겠나?"


 


"배탈나겠죠?"


 


"뭐? 푸하하하하하하하!!! 그것 참.. 크하하하!! 재밌는 대답이구만!! 그래!! 하하하하하! 아주 걸작이야. 키킥킥킥.."


 


그는 그렇게 참을 수 없다는듯 껄껄대고는 눈물까지 훔쳐내었다.


 


"그래.. 그래, 이제 들어가보자고. 자네가 찾는 사랑이 이 안에 있을테니."


 


꿀꺽. 그녀가 날 기억할까? 어쩌면 이 드래곤처럼 꿈꾸며 날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난 뭘 위해서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차라리 그녀처럼 잊어버리는 게..


 


"뭘 그렇게 서있나? 어서 가자고."


 


그래, 난 내 사랑을 찾아온 거야. 내 아내를 보러온 거라고. 겁먹을 게 뭐 있어? 오히려 이 여편네가 혼나야지.


 


꿀꺽..


 


"자! 그럼 내가 인어들을 데려올테니 여기 얌전히 있어라, 요놈들아! 약속대로 1인당 2명이다!"


 


"와아!!"


 


"1인당 2명!" 1인당 2명!"


 


...


 


"자네, 왜 해룡의 동굴에서 숨을 쉴 수 있는지 아는가?"


 


"어.. 글쎄요. 그냥 마법적인 거 아닙니까?"


 


"아 그거야 당연한 거고. 왜 그런 마법이 있겠느냐는 거지."


 


"음.."


 


"간단하네. 물고기 따위야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고 가까이오진 않더라도.."


 


누구에게 들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귓속말을 하려는 걸까?


 


"몸에 해초가 붙어 자라버리거든."


 


"..."


 


"낄낄. 웃기지 않은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에 미끄러운 해초가 잔뜩 끼어있는 거지. 이런 건 어지간히 깊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문제야. 나 같은 드래곤들은 그래서 환기와 통풍이 잘되며 채광도 신경써서 레어를 찾는다네. 곰팡이나 이끼가 끼면 곤란하거든."


 


아마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 어깨가 잔뜩 굳어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동굴은 그다지 깊지 않았다. 통로의 끝, 넓은 공간 저 멀리서 보이는 건..


 


"..."


 


"가보게."


 


"..."


 


"뭘 위해서 왔다고 생각하는가? 날 실망시킬 생각은 아니겠지?"


 


"그렇지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용무가 다 끝난 뒤에야 받아야지."


 


뚜벅, 뚜벅, 뚜벅, 뚜벅.


 


한 걸음 한 걸음이 색달랐다. 처음 보는 그녀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일까.. 거대한 해룡은 보기만해도 위압적이었고, 동굴의 어둠에 빛나는 그녀의 비늘은 검은 묵빛의 물속 같았다. 그래, 밤에 보는 물이 저렇게 투명한 검은색이었지..


 


"...여보?"


 


쿠르릉..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자고 있는데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부르면 깨어나겠어?


 


"여보?"


 


"여보.."


 


"여보, 나야. 나왔어."


 


여전히 답이 없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 뿐이었다. 숨소리라, 그녀와 함께 자면서 그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던 게 어제 같았는데..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왔어."


 


"나.. 많이 다르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죽고나니까 다른 사람으로 전생해있더라고.."


 


"여보. 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네. 분명 해줄 말들이 산더미 같았었는데.."


 


이제는 앉아서 주절대고 있다. 큰 소리로 그녀를 깨워보고 싶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내가 알던 그녀의 진짜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일테니까. 그녀에게 난 그저 유희에 불과할테니까. 유희는.. 그저 유희일 뿐. 잊혀질 기억이니까.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까.


 


"나, 사실 지금도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가 여전히 기억난다? 처음보는 과일을 먹으려고 했는데 당신이 그건 독이 있다고 말렸지. 나는 깜짝 놀라서 휙 던지며 호들갑 떨었는데 그 독이라는 게 글쎄.. 그냥 설사나 날 정도라는 건 몰랐지."


 


"처음 같이 모험을 떠났을 때, 난 그때 정말 쑥맥이었는데, 여자 같은 건 전혀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저질러버린 거야. 어쩐지 이 여자한텐 도전해보고 싶달까.. 하하, 나도 참.. 드래곤에게 도전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것 같지만.. 어쩌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자질처럼도 보이지 않아? 흐흐.."


 


"여보, 당신과 결혼할 때. 난 이 여자에게 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응, 죽을 때까지. 그렇게 생각했어. 왜냐면.. 당신은 너무 아름답고.. 착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웠거든. 이런 여자를 위해서라면 내 삶을 다 바칠 수도 있겠다고, 아니. 다 바치겠다고 남들 몰래 맹세했지."


 


"그래서 난 죽을 때까지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이 드래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당신이.. 유희 중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난 너무 불안했어. 내가 당신에게 내 모든 걸 다 바치고, 내 모든 사랑을 다받쳤는데.. 당신은 그걸 장난으로만 여길까봐. 유희의 재미로만 여길까봐 무서웠던 거야. 마치 어린애의 사랑고백 같은 느낌이랄까.. 하, 나도 참.."


 


"근데 말이야. 어.."


 


흐우..


 


"어.. 하, 이렇게 되버렸네? 또 다시 삶을 살게 되버렸네. 그게, 난 분명 내 삶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단 말이지.. 음, 그럼.. 이번 삶도 당신을 위해서 살고 싶어서, 이번 삶도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흐흐.. 당신을 찾아왔는데.. 흐흑.."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저 벽처럼 존재하는 차가운 존재가 아님을 알지만, 그가 본 그녀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언듯 그녀를 그녀로 볼 수 없을까봐서, 바닥만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렇기에 내 눈물이 바닥을 적시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나.. 정말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야.. 당신 유희, 끝난 거야? 나 살아있으니까, 아직 안 끝난 걸로 하면.. 안 돼?..."


 


끄윽.. 흐흐흑..


 


"여보.."


 


헛! 그는 고개를 치켜올렸다.


 


내 사랑, 내 여보. 그녀가 어느새 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날.. 잊지 않았구나.


 


드래곤의 눈에선 여전히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바로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 슬픔보다는 사랑으로, 아쉬움보다는 감사함으로 가득 찬.


 


"여보.."


 


"당신.."


 


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고, 큰숨을 한차례 들이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 아직 당신 남편 맞지?"


 


그녀가 눈길을 떨어뜨렸다. 마치 내 심장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나는.. 난.."


 


꿀꺽.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다시 당신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아.. 난 드래곤이야. 당신의 삶이 한번 더 반복된다 하더라도 난 그보다 더 오래 살아갈 거야. 나에게 사랑을 잃어버리는 경험은 한번으로 충분해. 그건.. 너무 끔찍해. 죽지 못해서, 같이 늙어가지 못해서, 분명한 끝이 정해진 결말이기 때문에 끔찍해."


 


"당신이 다시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정말로. 하지만 내가 당신을 다시 사랑한다면 그건 크나큰 즐거움이고, 다시 없을 행복일 거야. 하지만.. 하지만 언젠가 당신은 또 다시 죽겠지. 그건 정말 참을 수 없는 슬픔이야. 당신은 내가 이 슬픔을 잊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줄 알아? 난.. 난...!"


 


빛이 번쩍하고, 자신이 기억하던 그 아름다운 여성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 그래, 내 여자. 내 아내. 내 사랑. 당신은 정말 여전하구나. 당신은 정말 드래곤이었구나.


 


드래곤의 모습보다도 선명하게 그녀가 드래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 봤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미안..해.. 나도, 당신을 사랑하는데.. 슬픔이 사랑할 수 없게 만들어.. 다시 사랑할 자신이 없어. 다시 슬퍼질까봐. 다음엔 더 아플까봐..."


 


와락!


 


그녀를 품안에 넣었다. 언젠가 이렇게 안아준 적 있던 거 같은데.. 아 그래, 그녀 도움으로 소드마스터가 됐을 때였지.


 


"더 큰 행복을 줄게. 당신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이 많아.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 당신을 매일 사랑한다고 해줄 거야. 내 삶은 온전히 당신의 것이야. 그렇게 맹세했으니까. 난 당신만을 위해 살아갈 거야. 사랑해.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해."


 


아아.. 사랑을 쏟아내는 이 느낌. 전생에서도 겪어본 적 없는 이 감각에 온몸이 충만해졌다. 오로지 그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감각으로.


 


"당신.. 정말...!!"


 


"사랑해. 너무 사랑해. 당신처럼 사랑스러운 여자는 없을 거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사랑스러워서, 품안의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슬픔보다 행복하게 사랑해보자. 내가 줄 사랑이 슬픔보다 더 크도록. 후회 없이 사랑해보고 싶어. 여보, 당신이 날 여전히 사랑한다면, 부디 날 사랑한다고 해줘."


 


날 사랑하긴 했어?


 


"제발.. 여보.."


 


원래 드래곤은 다들 이래.


 


"당신이 날 저버린다고 해도 상관 없어. 내가 당신을 사랑할 거니까. 단지, 이거 하나만 약속해줘."


 


날 원망해도 좋아. 넌 그래도 돼.


 


"이 반지.. 기억나? 처음 결혼할 때 당신 손에 끼워줬던 것과 가장 비슷한 반지 거야. 똑같은 건 찾을 수가 없어서.."


 


날 사랑하긴 했어?


 


"이걸.. 평생 간직해줘. 날 평생 잊지 말아줘. 난 그거면 돼. 그거 하나면 난 이번 생 모든 보답을 다 받은 거야. 그래, 이 말하려고 왔어."


 


이거 하나만 말해줄게.


 


"사랑해."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사랑해.. 나도..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흐흐흑..."


 


그녀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내 가슴을 적셨다. 그러나 그것이 내 가슴을 채우진 않으리라. 내 가슴은 그녀의 사랑으로 가득찰 것이기에..


 


"고마워.. 사랑해. 내 평생을 다 바쳐서 당신을 사랑할 거야."


 


사랑한다는 말이 이토록 부족한 표현이었던가? 사랑을 표현하기엔 담을 수 있는 감정이 너무 작지 않은가.


 


 


"흐음.."


 


두 부부를 지켜보던 드래곤은 품속에서 작은 반지를 꺼내었다. 그가 유희를 즐기던 때, 그닥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고를 수 있었던 가장 비싼 반지.


 


그는 손가락으로 슥 문지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사랑.. 이란 말이지.."


 


사랑을 그대로 꺼내어 형태를 입힌다면, 아마 저런 모습일까? 드래곤은 피식 웃었다.


 


"길고 긴 시간을 살아가는 드래곤이라도 저토록 누군가를 강렬하게 사랑할 수 있는 모양이야. 무수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가슴 속 잔향으로 남을 그런.. 사랑."


 


부럽군. 


 


***


 


까악. 까악. 까악. 까악.


 


햇빛은 따가웠고 파도는 뱃전을 잔잔히 두드렸으며 바람은 부드러웠다.


 


모든 선원들이 허리를 아파했지만 표정은 행복했다. 아니, 그 이상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헤헤.. 두명.. 히히히..."


 


"헤헤헤.."


 


조금 소름돋긴 하지만 말이다.


 


"야! 이놈들아! 숙녀분도 계시는데 자꾸 그렇게 변태처럼 실실 댈 거냐!! 일 똑바로 안 해!!"


 


"예, 예!! 죄송합니다!"


 


크라켄의 뱃속까지 들락거린 선장의 말에는 위엄이 있었다. 사실, 그보단 그의 약속 덕분이었을지도.. 아마 한번 더 그런 경험을 할 수만 있다면 다음엔 드래곤의 아가리 속이라도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나는 눈을 돌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눈에 담았다. 이제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사랑할 것이다. 내 모든 마음은 그녀로 가득 차있어야 하니까.


 


"왜 그렇게 웃어?"


 


"행복해서."


 


"피. 그렇게 좋아?"


 


"그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내 옆에 있는데."


 


그녀가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바다를 한번 쳐다보곤 말했다.


 


"약속, 꼭 지킬 거지?"


 


"맹세해. 당신을 평생 사랑하겠다고. 평생 당신만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


 


그녀와 함께 살았다. 결혼식은 필요 없었다. 이미 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더 사랑했다. 이전 삶보다 더더욱. 그녀와 함께하는 매 순간에 감사했고, 그녀를 바라볼 수 있음에, 그녀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언젠가 끝은 오겠지만, 아쉬움은 없을 거라고 다짐했다.


 


결코 날 잊지 않도록 하겠하겠노라 맹세했다. 내 이기심이더라도, 그녀에게 더 없을 행복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녀에겐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내가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러니, 신이시여. 매 순간 제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소서.


 


그렇게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이번엔 그녀도 함께. 내가 늙어감에 따라 그녀도 늙어갔다. 이전 삶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더 주름진 얼굴이 매일 아침 미소지으며 날 맞으며, 그럴 때면 사랑을 담아 그녀에게 돌려줬다. 그녀를 사랑하기엔 너무나도 바쁜 삶이었고,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생각 따위 들지 않도록 노력해서 사랑했다.


 


내가 당신에게 모자람 없는 남편이었기를, 수없이 많은 시간이 그녀를 괴롭혀도, 그녀가 행복해 했던 이 순간들을 결코 잊지 않기를.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내 삶의 끝에서 생각지 못한 사람을 만났다. 아니,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여, 잘 지내는 모양이군.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당신은.."


 


여전한 그때 그 모습으로 그는 선장모를 추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자네 소원, 아직 안 썼잖은가?"


 


"아.."


 


그는 허락도 없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 품을 뒤적였다.


 


"운명이라는 게 참 신기하지 않나? 그토록 원했던 무언가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때면 말이지."


 


툭.


 


"이 반지도 그래. 자네가 전생해서 다시 아내를 찾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내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셀레느. 얼마전 그녀를 찾았지. 마지막을 전송하고 오는 길일세.."


 


"그렇..군요.."


 


"말하지 않아도 돼. 그럴 기력 없는 건 아니까."


 


그는 반지를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러나 여전히 품을 뒤적거렸다. 반지를 놓을 자리를 잘 잡기 위한 게 아니라면..


 


탁.


 


"...."


 


그는 아내를 쳐다보며 물었다.


 


"만약.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죽을 수 있다면. 그러겠는가?"


 


"...."


 


"내가 그 오랜 세월 뭐했겠는가? 유희? 잠? 글쎄. 어떤 두 부부의 재회가 내게 꽤 깊은 감명을 남겼었나봐. 그래서 엉뚱한 선물을 만들어버린 거지."


 


"자네 소원이 뭔지 듣지 않았으니 그냥 내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네. 쓰고 말고는 자네들 마음이야."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다듬어지지 않은 수정을 가리켰다.


 


"나, 이래뵈도 꽤 오래 살았거든. 고대엔 지금보다 훨씬 위대하고 위험한 것들이 넘쳤지. 신과 거인들의 시대였으니까. 그 당시엔 드래곤도 그들 사이에서 박터지게 싸워댔는데.."


 


"이건 그 시절의 유물 같은 거야. 드래곤은 예나 지금이나 위협적인 종족이었거든. 그러니 약한 신들이나 강맹한 거인들은 드래곤을 부담스러워했고, 상대하기 위한 무기를 연구했던 결과물이 바로 이것이지."


 


"..."


 


"이걸 쓰면, 드래곤은 드래곤으로서의 힘을 잃어버린다. 원래라면 그냥 죽어버리는 게 맞는데.. 말했지? 내가 그 오랜 세월 뭐했겠냐고. 그래, 엉뚱한 선물이지. 죽지 않고 드래곤으로서의 힘만 잃어버리는 거야. 마치 평범한 인간처럼. 무슨 말인지 알겠나?"


 


부르르.. 손이 떨렸다. 아니, 몸이 떨렸다. 그리고 이 떨림에는.. 그녀의 떨림도 섞여 있었다.


 


"이걸.. 이걸 쓰면.."


 


"넌 더 이상 드래곤이 아니게 되는 거지."


 


"그렇다면.."


 


"네 남편과 함께 죽을 수 있다."


 


"아아..."


 


아아...


 


 


 


***


 


 


 


.


.


.


.


.


 


 


 


곧 내 삶이 끝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한번 겪어본 것이니까. 그렇지만 이번엔 아쉽지 않다. 그녀를 사랑했으니까. 이번엔 슬프지도 않다. 그녀가 행복해 했으니까. 이번엔..


 


그래. 


 


이번엔 외롭지 않았다.


 


죽음 그 저편까지도 함께할 사람이 내 곁에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그녀를 두 눈에 담았다.


 


주름진 얼굴. 푸석해졌지만 여전히 고운 머리칼. 행복함이 만들어준 고운 얼굴. 내 눈엔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랑스러운 그녀.


 


"여보."


 


"응, 여보."


 


"사랑해."


 


"이번까지 해서 백만번은 더 했겠다.."


 


"그래? 그럼 한번 더 하지. 사랑해, 여보."


 


"나도. 나도 사랑해. 날 사랑해줘서 고마워. 나한테 도전해줘서 고마워. 함께 모험해줘서 고맙고, 내게 청혼해줘서 고맙도, 날 미워하지 않아줘서 고맙고.. 또.. 그냥.. 다. 고마워. 사랑해, 여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내 표정을 알 것 같다. 아마 그녀와 같은 표정이겠지.


 


"사랑해. 내 모든 삶을 통틀어서.."


 


 


.


.


.


.


.


 


 


두 노부부가 죽었다. 그들의 금슬은 타인의 귀감이었으며,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만큼 남들을 풍성하게 하였고, 그들을 아는 많은 이들이 장례식에서 그들을 추억했다.


 


한 남자가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반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절대 잊지 못하겠군. 절대, 절대로.."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그토록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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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서 코성형했다가 망가진 베트남인.jpg2
주둥이 방송 습관적으로 바람을 핀다는 시청자 ,, 진정한 산독기 심연.ve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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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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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키우는 직장인 퇴근 후 공감되는 거.jp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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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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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서도 NCT127 멤버들에게 간식차 보낸 태용 (현, 해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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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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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36살이면 소개팅도 잘 안들어 오나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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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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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대체 뭐에 쓰는 용도인가 싶은 제품.jp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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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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